한국 프로야구 역사 속에서 ‘레전드’로 불리는 인물은 몇 되지 않지만, 이종범은 그중에서도 특별한 위상을 지니고 있다. 광주 출신으로 KIA 타이거즈의 상징이자 국가대표에서도 굵직한 활약을 펼친 그는, ‘바람의 아들’이라는 별명처럼 경기장을 종횡무진 누비며 팬들의 뇌리에 깊게 새겨졌다. 본 글에서는 광주가 낳은 이 위대한 야구 영웅 이종범의 업적을 지역 기반과 연결해 살펴본다.
기아 타이거즈와의 전설
이종범이 남긴 업적을 이야기할 때, 기아 타이거즈(구 해태 타이거즈)와의 연결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1993년 해태 타이거즈에 입단한 이후 단숨에 팀의 중심 타자로 떠오르며 전성기를 구가했다. 입단 첫해부터 타율 0.321, 도루 73개를 기록하며 신인답지 않은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였고, 이는 KBO 리그 역사상 도루 부문 최고의 기록 중 하나로 남아 있다.
이종범은 타이거즈의 공격뿐 아니라 수비에서도 중심 역할을 맡았다. 유격수로 시작한 그는 외야수로 포지션을 옮긴 후에도 탁월한 수비력을 발휘했으며, 특히 1997년 한국시리즈에서는 결정적인 홈런과 수비로 MVP에 등극하며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이처럼 그는 타이거즈가 1990년대 최강팀으로 자리 잡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한 인물이었다.
광주 시민들에게 이종범은 단순한 야구 선수를 넘어, 지역을 대표하는 상징적 존재였다. 야구장을 찾는 팬들은 그의 플레이 하나하나에 열광했고, ‘바람의 아들’이라는 별명은 지역 언론과 팬들이 만들어낸 애정의 표현이었다. 특히 홈경기에서 보여준 폭발적인 활약은 지역 연고팀과 팬 사이의 유대감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
지역 영웅으로서의 이종범
이종범은 광주를 넘어 전국적인 스타였지만, 그가 지역 영웅으로 불리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는 광주일고를 졸업한 뒤 연세대를 거쳐 프로 무대에 진출했으며, 어릴 적부터 지역 내 야구 인재로 주목받아 왔다. 그의 존재 자체가 지역 사회에서는 하나의 롤모델이자 희망의 상징이었다.
특히 이종범은 지역 사회에 대한 애정이 깊은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은퇴 후에도 광주 지역 야구 꿈나무들을 위한 재능 기부, 유소년 야구 발전 기금 후원, 지역 언론과의 협업을 통해 꾸준히 고향과 연결고리를 이어왔다. 그의 아들 이정후 또한 광주에서 유소년 시절을 보내며 야구선수로 성장한 만큼, 이종범의 가정 자체가 지역 야구 역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종범이 광주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은 또 다른 이유는, 팬 서비스와 인성에서도 뛰어난 면모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그는 팬들과의 소통을 중요시했고, 경기 후 싸인회나 사진 요청에 적극적으로 응했다. 이는 지역 팬들에게 ‘단순한 스타’를 넘은 사람 냄새 나는 영웅으로 각인되게 했다.
또한 광주의 스포츠 문화가 활성화되는 데 있어서 이종범의 역할은 지대했다. KBO를 대표하는 스타 선수가 광주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야구팬 유입이 늘었으며, 청소년들의 야구 참여도 역시 증가하는 긍정적인 파급효과를 낳았다.
KBO 리그를 빛낸 커리어
이종범의 커리어는 단지 지역적인 수준에 그치지 않고, KBO 리그 전체를 대표하는 전설적 기록들로 가득 차 있다. 그는 KBO 통산 1,900안타 이상, 타율 3할 이상의 고타율을 기록했으며, 통산 도루 510개 이상으로 도루왕에 총 4회 등극한 기록을 남겼다. 이는 여전히 깨지기 어려운 전설적인 수치로 남아 있다.
그의 타격 스타일은 정교함과 빠른 발을 겸비한 전천후 공격형 리드오프였다. 좌타자임에도 불구하고 완 투수에 강한 모습을 보여주었고, 찬스 상황에서는 클러치 능력까지 탁월했다. 특히 주루 센스는 그 시대 최고로 평가받으며 경기 흐름을 바꾸는 능력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발휘했다.
KBO에서의 활약 외에도, 그는 일본 프로야구(NPB) 야쿠르트 스왈로즈에서 활약하며 국제무대에서도 경쟁력을 입증했다. 이후 다시 KBO로 복귀한 그는 노련한 경기 운영과 멘토로서의 역할까지 해내며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었다.
무엇보다도 이종범은 KBO 리그의 스타성과 경기력을 모두 갖춘 몇 안 되는 선수였다. 은퇴 후에는 해설위원, 지도자, 방송인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며 야구 팬들과의 접점을 이어가고 있다. 그의 존재는 단순히 하나의 선수에 그치지 않고, 한국 프로야구 발전의 역사적 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종범은 단순한 기록 이상의 의미를 가진 선수였다. 광주가 낳은 이 전설적인 야구인은 KBO 전체의 상징이자, 지역사회의 영웅으로 기억되고 있다. 지금도 그가 남긴 경기 영상과 기록은 수많은 야구팬들에게 감동을 준다. 이종범의 발자취를 돌아보며, 앞으로도 지역 출신 야구 영웅들이 더 많이 등장하길 기대해보자.